"한국 벤처기업의 최대 문제점은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회사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해요."

5일 서울 삼성동 종합전시장에서 개막된 한민족 벤처대회 참가를 위해 내한한 미국의 벤처 창업보육(인큐베이팅)업체인 비즈뱅(bizbang)의 최고경영자(CEO) 재미교포 데이비드 장(한국명 장세호50)은 이날 밤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한국 벤처 문화의 문제점,특히 재정부문의 불투명성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최근 돈이 없어 문을 닫거나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많은데 이는 벤처기업이 최고재정담당자(CFO)다운 CFO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자금이 없어 무너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진이 회사 재정상태와 경기 흐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준비성이 불철저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장사장은 이어 "외자 유치와 해외 협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국 벤처기업인들이 아직도 많아 곤란하다"며 "해외 투자를 위해선 외국의 투자자들이나 벤처회사 등 외국과의 협력관계를 보다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한국 벤처기업들이 개인 플레이에는 강하나 다른 업체들과의 협력하는 부분에서는 취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이제는 업체간 협력은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장사장은 "벤처든 대기업이든 이제 구조조정은 시대의 필연이라고 생각한다"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없이는 한국 경제의 앞날은 밝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사장은 한국벤처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벤처산업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여성 인력의 활용을 강조했다.

"한국 여성들은 유연성이 강해 외국의 문화를 빨리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아요. 이러한 장점을 살려 한국여성을 해외 마케팅 인력으로 활용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겁없이 달려들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기질은 벤처산업과 궁합이 딱 맞는다"며 "이러한 폭발력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춰지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벤처 5위권안에 충분히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사장은 지난 66년 도미(渡美),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 MBA과정을 이수했으며 GE, ITT등을 거쳐 IBM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비즈뱅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유회경 기자 (200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