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엑스에서 의미있는 포럼이 개최되었다. INKE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를 기반으로 설립된 INKE Corp. (이하 인케)이 ‘벤처종합상사’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기업공개를 거쳐서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이스라엘의 경우 벤처기업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기업 전략에 의거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범세계적 마케팅 계획을 세운다. 나스닥에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이스라엘 기업이 가장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시장에서도 기반을 못잡고 스러져 갔다. 벤처 창업자들은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한 다음에 부딪힐 세 개의 산을 창업시부터 깨우쳐야 한다.

첫번째 산은 제품의 양산에 따르는 생산기술과 품질의 문제이다. 두번째 산은 마케팅이다.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제품을 고객에게 팔기란 무척 어렵다. 시련기를 거쳐 재도약에 성공한 어느 벤처기업인은 포럼에서 ‘제품 개발이 제일 쉬웠다. 개발은 나 혼자만 하면 되었지만, 영업과 마케팅은 혼자 할 수가 없었다’고 술회했다. 세계 일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일등 제품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세번째 산은 해외시장 개척이다. 성공을 열망하는 수많은 한국 벤처기업들이 글로벌화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정부의 역할 외에도 무언가 더 있어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벤처종합상사이다.

우리의 벤처 창업자들은 국제 감각이나 해외시장 개척 경험이 부족하여 해외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보거나 불평등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부랴부랴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와서는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금번에 ‘벤처종합상사’를 표방하고 나선 인케에 두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의 세계시장개척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구촌 각 지역의 언어·법률·거래관행·회사정보·시장과 산업·인력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던 백전노장 종합상사맨들의 시장개척 노하우와 지혜를 빌면 된다. 벤처기업은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고 해외시장 개척은 벤처종합상사가 역할을 맡는 윈-윈 구조가 되어야 한다.

둘째, 벤처의 선별도 필요하다. 우수한 제품과 성공 가능성이 있는 옥석을 가려내어 ‘벤처사관학교’를 만들어 ‘프리미엄 지원’을 해야 한다. 진출 대상 지역의 국가정보와 시장, 고객 정보의 조사 제공, 국제 거래에 따른 특허 법률 조세상의 애로사항을 파악, 지원하는 것부터 제품의 현지화 및 마케팅, 관세 통관 사후처리 등 제반 수출 절차와 프로젝트 파이낸싱까지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말한다.

누가 뭐라 해도 벤처는 한국의 희망이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벤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지원을 시작했다. 자본과 마케팅 능력은 부족하지만 기술력과 열정을 가진 우리의 벤처기업가들이 패자부활전에 다시 무릎을 세우고 있다. 세계 일등 제품이 해마다 하나씩만 벤처기업에서 나와 줘도 경쟁력 있는 전통산업과 벤처라는 쌍두마차로 한국을 세계 일등 국가의 반열에 올리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소득 2만불 시대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부디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벤처 성공국가로 자리매김 하는데 인케가 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신승일(한국지식재단 연구위원)